비탈에 선
지나온 모든 것이
소중했듯이
다가올 모든 것도
또한 아름다우리.
사랑하는 이여
오늘도
젖도록 비를 맞자.
우리도 강이 되어
일상을 탈출하여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긴 여행을 함께 떠나자.
오늘은
오쩌자고 바람도
없이 비가 온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물 머금고 생명으로
죽어 있는 모든 것은
물 머금고 죽음으로
바람 앞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흔들렸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으려고
휘도록 살아온 내 인생
부끄럽지 않다.
누구를 위해 살아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텨야 했던
다만 처절한 생존이었다.
기쁨은 기쁨으로
괴로움은 괴로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