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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오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따사로운 눈길을 주었어요

 

땀이 배어나오는 햇살에

이름도 모르는 꽃을 심었어요

 

지분거리는 흙발로, 슬이라 린이라

꽃말을 생각했지요

 

봄날 오후

참쑥 푸른 핏줄 흐르는 아이들

 

모종삽 들고 두꺼비처럼

이 곳에서 헌 집 헐겠어요

 

바람이 불면 고개들어

새로운 꽃을 피우겠어요

 

노랗고 질긋한 꽃

월롱천변 지천으로 흩어진

 

낯선 형제들의 무덤 속까지

단단한 씨앗을 심겠어요

가위 눌리는 밤마다

 

아지랑이 어지러운

봄날 오후였어요

 

ㄷ 모양의 화단 한 가운데

몇 그루 나무를 심고요

봄꽃을 둘렀어요

 

서른의 가구 수만큼

꽃모종을 옮기며

번호를 붙이고요

 

주위를 돌며 지줄거리는 아이들

꽃이라 부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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