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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10:10

주저앉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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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가볍게 날아가지 못하고

우물가 민들레 꽃씨처럼

주저앉은 어머니 저 몸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혔다

 

그러니까 내가 함부로 도둑질한

죄인이란 말이다

이불 덥고 누워 계시지 말고

비 온 뒤의 대처럼 일어나시라고

 

어깨를 부축하여 잡은

아버지 저 몸이 피고름

습진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분신들 다 빠져나간 지붕 밑으로

휑하니 불어오는 오월

오늘 부는 바람이 손님같이 낯설다

어머니의 젖을 아버지의 뼈를

누가 다 빼앗아 간 것일까

 

아버지 어깨를 들어내니

검버섯이 온통 자라고 있었다

치매의 아버지 기둥과 서까래

무너져 내리고 속병 든 어머니

구들은 온기 하나 없어 얼음장이다

 

언제 창 닫아놓으셨는지

당신의 벽에 물방울이 송송 맺혔다

어느새 가슴속까지 습기가

가득 들어찼다 어머니 젖무덤

걷어내니 흰 곰팡이

잔뜩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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