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19.03.07 11:28

기대어 선 숲속

조회 수 109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에 기대어

 

내가 그대의 심장으로 뛰고 싶네

내가 그대의 뇌로 생각하고 싶네

내가 그대의 등에 기대어

펄펄 끓어오르는 된장국

같은 체온이 되고 싶네

 

골짜기마다 깊은 등을 열어주네

저 등에 기대어 내게 남은

한 철을 지내고 싶네

저 등을 열고 쑤욱 사라져

그대와 한 몸이 되고 싶네

 

저마다 기대어 선 숲속이

불 지핀 아궁이처럼 따뜻하구나

미담美談 같은 저것을 닮겠다고

바위도 단단한 등을 건네주네

얼어붙은 냇물도 희고

투명한 등을 내밀어주네

 

방랑의 봄을 보내고

맨발로 찾아온 해방처녀같이

방황의 가을을 보내고

빈손으로 찾아온 탕자같이

한 철 뜨거웠던 열기를

뿌리 깊이 담아두었다가

박대하지 않고 등을 내어주네

 

이파리 무성할 때

저 홀로 뽐내던 나무들

피붙이 다 떠나보낸

늙은 부부의 겨울처럼

서로의 등에 기대어 사는구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 임들의 향기와 웃음꽃 풀잎슬 2019.02.18 1080
77 당신을 향한 눈빛 풀잎슬 2019.02.19 1571
76 노년에는 더욱 풀잎슬 2019.02.19 1219
75 자연은 다정하다 풀잎슬 2019.02.19 1258
74 고독한 계절에 풀잎슬 2019.02.20 1129
73 열정의 계절에 냉정함 풀잎슬 2019.02.20 1188
72 떨어지는 나뭇잎 풀잎슬 2019.02.20 1831
71 이제는 잊을 수 없는 풀잎슬 2019.02.21 1534
70 시원한 듯 아쉬운 듯 풀잎슬 2019.02.21 1513
69 하루 또 하루를 살면서 풀잎슬 2019.02.22 1000
68 함께 사는 사람은 풀잎슬 2019.02.22 1013
67 보석처럼 풀잎슬 2019.02.25 1634
66 어둠의 종속자 풀잎슬 2019.02.25 1546
65 제대로 된 화두 풀잎슬 2019.02.26 1611
64 슬며시 눈을 떠 풀잎슬 2019.02.26 1200
63 죽음이 소중한 것은 풀잎슬 2019.02.27 1187
62 마음에 대못 풀잎슬 2019.02.27 1371
61 통째로 옮겨 쓴 것 풀잎슬 2019.02.28 1332
60 사랑할 수 있도록 풀잎슬 2019.02.28 1560
59 감사하며 살겠다고 풀잎슬 2019.03.01 1555
58 너의 마음과 지식 풀잎슬 2019.03.04 1318
57 멈추지 않겠다 풀잎슬 2019.03.04 1199
56 많은 부작용들 풀잎슬 2019.03.05 1778
55 향긋하겠다 풀잎슬 2019.03.05 993
54 오염시킨 토양 풀잎슬 2019.03.06 1738
53 간절곶에서 풀잎슬 2019.03.06 1690
52 힘껏 도울 것 풀잎슬 2019.03.07 1208
» 기대어 선 숲속 풀잎슬 2019.03.07 1093
50 내가 가지고 있어 풀잎슬 2019.03.08 1405
49 멀리 가버린 그대 풀잎슬 2019.03.08 1145
48 노출하는 구나 풀잎슬 2019.03.11 1197
47 저의 의지 앞에서 풀잎슬 2019.03.11 1945
46 고난의 기둥 풀잎슬 2019.03.12 1112
45 횡재 풀잎슬 2019.03.12 1783
44 삶의 모든 것 풀잎슬 2019.03.13 1874
43 너무나 평범해서 풀잎슬 2019.03.13 1953
42 무거워진 중력 풀잎슬 2019.03.14 1816
41 죽었던 내가 다시 풀잎슬 2019.03.14 1103
40 갈수 있다면 풀잎슬 2019.03.15 1913
39 타들어가게 합니다 풀잎슬 2019.03.15 1295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Next
/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