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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1:21

간절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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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에서

 

저 순교의 목숨이 너무 간절해서

해가 뜰 때까지 섧게 울다가

눈도 목도 다 쉬어서 갯바람

치는 덕장에 걸려있는

생이 곶처럼 간절하다

 

얼었던 마음이 쩍 갈라지고

뿜어져 나온 흰 피가

백사장을 온통 뒤덮겠다

 

더 갈 수 없는 벼랑 같은

곶에서 눈을 감고 빌면

바다가 활활 불타오르겠다

하늘에 물 가득 들어차겠다

 

당신의 따뜻한 밥이 되었으므로

내일은 논에 꼿꼿하게 서서

당신의 쌀이나 보리가 되겠다고

간절하게 비는 것이다

 

간절곶에 매일 해 떠서

어제는 병상에 누운

당신의 미음이 되었으므로

오늘은 일어나 앉아

 

무릎 꿇고 간절하게 빌면

무덤에 묻힌 사랑도 생생하게

되살아 올 수 있을까

 

간절하게 빌면 지는

해도 다시 뜰까

졌던 꽃도 다시 필까

죽은 가지에 다시 열매 맺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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